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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산책길

아침고요 수목원의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삼육대 원예학)가 6년 넘게 수목원 생활을 하며 느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글과 사진 모음. 그는 나무와 들풀과 꽃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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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89-464-1385-9
발행일
2003-04-15
지은이
한상경
책정보
변형국판, 232쪽
가격
9,000

나무향기 꽃내음 가득한 정원으로의 초대

아침고요 수목원의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삼육대 원예학)가 6년 넘게 수목원 생활을 하며 느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글과 사진 모음. 그는 나무와 들풀과 꽃들의 이야기, 그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느끼며, 숲은 사람에게 사람의 지혜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1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수목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모두 담아, 소음과 공해로 찌든 도시인들에게 대자연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의 숲을 심어주고 싶다는 그는, 마음속마다 나무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서 온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날이 오기를 꿈꾼다.


■ 책의 특징

▒ 생명의 숲, 싱그러운 자연에서 영혼을 만난다

희망과 꿈이 멸종된 시대, 정의보다는 실익을 중시하는 사회, 소음과 공해, 빡빡한 도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노후의 불안에 찌든 현대 도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대자연의 품에서 내면의 영혼을 만나는 것이다. 이 책 속에 실린 글과 사진 속에서 산들한 시골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 향긋한 나무향기와 꽃내음이 전해져 생명의 숲, 싱그러운 자연 속을 거닐며 자연과 대화하고, 내면의 영혼을 만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흙과 자연을 사랑하는 ‘나무 심는 교수’ 이야기

상록수의 꿈을 안고 농촌으로 돌아가 정직하게 살아가는 농부가 되고 싶었던 ‘꿈꾸는 청년’ 한상경은,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스승의 권유로 당시 최연소의 나이(29세)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꿈은 결국, 그로 하여금 1996년 아침고요 수목원을 만들게 하였다. 나이 쉰이 훌쩍 넘은 ‘나무 심는 교수’ 한상경은 현재 제자들을 가르치고 틈틈이 수목원을 가꾸는 삶에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6년간 나무와 꽃과 들풀과 더불어 살아온 진솔한 삶의 이야기, 은밀한 숲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축령산 기슭 아침고요 수목원의 사계를 한눈에 본다

아침고요 수목원에는 1,760여 종의 나무와 꽃과 들풀들이 침엽수정원, 능수정원, 분재정원, 허브정원, 하경정원, 아이리스정원, 단풍정원, 매화정원, 한국정원 등 19개의 주제정원에서 피고 진다. 봄부터 시작되는 꽃들의 축제, 여름 한낮 대자연의 향연, 가을날 온 산을 뒤덮은 단풍, 고즈넉한 겨울 아침 설경까지 수목원의 사계를 생생한 사진 100여 장으로 본다. 잡초라 불렀던 야생화의 종류와 이름을 알아보는 재미 또한 유익하다.



■ 주요 내용 및 목차

▒ 봄_축제의 서막

아침고요 수목원의 봄은 노란 빛깔로 시작된다. 3월 하순, 골짜기의 얼음이 모두 녹고 투명한 개울물이 돌돌돌, 세상 나들이를 재촉할 때 축령산 기슭의 여기저기에서는 노오란 꽃봉오리들이 숨가쁘게 신고식을 치르기 시작한다. 흔히 야산에서 자생하는 이 나무의 이름은 ‘생강나무’. 잎사귀를 손으로 비비면 향긋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아침고요 수목원이 조성되기 훨씬 전부터 이곳 축령산에서 자생하던 생강나무가 개화의 절정을 보여줄 무렵이면 수목원 여기저기에서 또 다른 나무들이 노란 꽃의 축제를 준비한다. 산수유나무이다.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는 얼핏 그 꽃의 색깔이나 생김새가 흡사해서 일반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존재하는 동안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며 마무리한다는 것. 나무들은 저렇듯 무심하게 ‘살아간다는 것’의 참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데, 어느덧 인생의 가을 문턱을 훌쩍 넘어버린 나는……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어떤 열매를 기원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일까?
― ‘봄꽃을 바라보며 인생의 가을을 생각하다’ 중에서

온 하늘이 검게 흐리고 폭풍우가 쏟아지면, 다시는 태양이 빛나는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어두운 날들 뒤에는, 맑게 갠 하늘과 새롭게 열리는 또 다른 날들이 남아 있음을 우린 자주 잊어버린다. 이곳, 아침고요 수목원은 나에게 ‘비밀의 정원’이다. 험한 골짜기를 지나 높은 산에 이르는, 신비롭고도 값진 인생의 묘미를 철부지 이상주의자에게 말없이 가르쳐주었으니 말이다.
― ‘비밀의 정원’ 중에서

진실은 때로 오랜 시간을 요구할 터이니,
겸손과 인내로 그 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어떤 것보다 강렬한 향기를 뿜어낼지니.
― ‘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아름답다’ 중에서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정원 한가운데 하얀 새들이 날갯짓하는 것만 같다
칼날 같은 저 아름다움을 어떻게 견디나
뚝뚝, 꽃잎 떨어진 자리에 파란 잎들이 무심히 싹을 띄우기 시작한다
― ‘백목련 낙화’ 중에서

모든 인간도 집을 짓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하나님이 꿀벌에게 그들이 살아야 할 확실한 집의 모양을 가르쳐주셨다면 인간이 살아야 할 진정한 집은 어떤 집인가? 태초의 인간들, 낙원에서 쫓겨나기 전 에덴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의 집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꽃들이 화려한 4월, 그 꽃들 사이를 분주히 날아다니며 꿀을 채집하는 벌들을 보면서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절실히 생각하게 된다. 윙윙, 소리를 내며 꽃 속으로 파고드는 저 벌들은 서로 사랑하고 희생하면서 오늘도 육각형의 소박한 집 안에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태초의 낙원에서 쫓겨난 우리 인간은 지금 어떤 여정을 걷고 있는가. 지금 우리들의 집은 몇 십 년 전보다 화려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행복한가. 그 옛날 초가집에서 형제자매들과 옹기종기 누워 주고받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의 가족들 사이에 오가고 있는가. 오랜 세월을 건너 오늘 우리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대한 꿈 자체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 ‘잃어버린 가나안을 찾아서’ 중에서

아침고요|봄꽃을 바라보며 인생의 가을을 생각하다|두견새 운다|우물 속에 비친 얼굴|비밀의 정원|시간을 견뎌낸 진실은 아름답다|‘미스 킴 라일락’을 아시나요|남의 길 막는 사람|백목련 낙화|할미꽃이 일러준 말|잃어버린 가나안을 찾아서|수양버들을 심은 뜻|꽃 색깔도 계절을 탄다.

▒ 여름_대지의 향연

아침고요에는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봄부터 시작되는 꽃들의 향연은 그러나 너무 현란한 데가 있다. 어제 새로운 꽃이 피었는가 싶으면 곧바로 꽃잎을 떨구고 새로운 나무에서 다른 꽃들이 피어난다. 그렇게 많은 꽃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봄 동산의 여러 꽃들과 고고한 자태의 붓꽃, 그리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아이리스도, 백합꽃도 모두 피고 졌다.
― ‘아직은 시들 때가 아니다’ 중에서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은 사실 야생초라 불리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각 풀들은 각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은 야생의 삶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문명을 확장시킨다는 명분 아래 다른 동물과 식물들의 삶의 터전인 야생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 ‘잡초는 없다’ 중에서

그리운 사람이 있다. 아름답고 멋있지는 못해도 그저 수수하고 푸근한 사람. 모난 것, 부족한 것, 불편한 것 다 알면서도 웃으며 타인의 허물을 감싸줄 만큼 넉넉한 품성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나 남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여름 날, 잔디밭에 하릴없이 누워 나만의 ‘호사스런 욕심’을 부려본다.
― ‘한가한 여름, 어느 날’ 중에서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머무르는 곳을 자신의 땅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자, 항상 주인의 자리에 서지 못하고 멀리 다른 땅을 동경하며 사는 사람들은 인생의 나무를 심을 수가 없다. 잡초가 나무이지 못하고 ‘잡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토양을 잃어버린 풀이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긴긴 인생을 지나고도 열매 맺지 못한 자의 고독과 슬픔. 어쩌면 그들의 비극은 나무를 심을 땅을 마련하지 못하고 인생의 ‘셋방’을 전전하던 그 시절,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서성이던 봄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 ‘셋방살이 인생은 나무를 심지 않는다’ 중에서

아내가 구슬땀을 흘리며 가꾼 정원들도 이제 어느 정도 틀이 갖춰졌고, 자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운영도 무리 없이 되고 있다. 그런데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인간의 마음이다. 정원에서 호미를 들고 있는 아내를 보며 미안함으로 눈물짓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 또 사소한 일로 아내에게 화를 내고 미워하는 것이다.
― ‘아내’ 중에서

유난스럽게도 무서웠던 태풍이 물러가고 난 다음날 아침, 수목원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거대한 나무들이 패전군의 전사들처럼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잘 견디며 여기까지 자라준 큰 나무들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까운 것은 무궁화동산 벼랑에 늠름하게 서 있던 잣나무 두 그루였다. 하고많은 나무들 중 뿌리 뽑힌 두 나무는 가장 높은 곳, 전망이 좋은 곳에 서서 그 곧고 싱싱한 자태를 뽐내던 녀석들이었다. 그러나 평지에 서 있는 나무들, 작은 녀석들 중 태풍에 쓰러져간 것은 단 한 그루도 없었다. 그 많은 단풍나무, 무궁화나무, 매화, 그 어느 것도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이다. 키 작은 철쭉, 진달래, 회양목 역시 세찬 태풍을 오히려 유유히 웃어넘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낮은 곳에 사는 평범한 나무들이 누리는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우뚝 서서 멋진 기개를 자랑해볼 일은 없지만, 커다란 시련 앞에서 상처받지 않고 의연하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저들은 어쩌면 가장 현명하게 ‘행복’이란 말을 구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태풍이 지나간 후’ 중에서

내 마음의 나무|사랑은 때로 사람을 한숨짓게 만든다|아직은 시들 때가 아니다|‘잡초’는 없다|엉겅퀴|한가한 여름, 어느 날|하경 정원 전망대에서|셋방살이 인생은 나무를 심지 않는다|봉숭아꽃|아내|살아 있는 것들의 슬픔|태풍이 지나간 후

▒ 가을_하늘과 바람과 물과 땅

외로운 나무는 하늘만 본다
지는 꽃이 슬퍼서 / 차라리 꽃 피우지 않으련다
떨어지는 낙엽이 슬퍼서 / 화려하게 물들지 않으련다
― ‘잣나무’ 중에서

사람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식물의 씨앗들 역시 각양각색의 모양을 하고 있다. 내가 그 이유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그것은 모수(母樹)로부터 멀리 떨어져 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의 결과였다. 씨앗들은 날아가든지, 굴러가든지, 튕겨가든지 아무튼 모수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날아가려고 하는 종자는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굴러가려고 하는 것은 최대한 둥근 모습의 열매 모양을 하고 있다. 어떤 것은 용수철 같이 튀어서 멀리 달아나기도 한다. 참으로 신기한 자연의 섭리이다. 큰 나무 밑에서는 약하고 어린 것들이 충분한 햇빛과 양분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어린 씨앗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 ‘홀로 성장한다는 것’ 중에서

기다림과 희망. 이것은 어쩌면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필수 요소일지도 모른다. 나는 야생화 무성한 한여름의 정원에서 기다림과 희망을 배운다. 폭염이 물러가면 이놈들 중 몇몇이 제철을 맞아 꽃을 피울 것이고,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일년을 기다려온 풀들이 서둘러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이 야생화들은 남은 기간 동안 저희들끼리 속으로 살찌우며 준비를 한다. 기다림에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 야생화를 심자. 그 풀들의 사계를 지켜보며 우리의 삶이 조금만 더 풍성해지도록 만들어주자.
― ‘기다림에 행복해할 수 있다면’ 중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축제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잃는다.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로 꿈의 길을 걷는 동안 수목원 여기저기에서는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난다. 사람도 식물도 지난 계절을 반추하며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이제 모든 것이 떠난 자리에서 마지막 가을을 노래하는 것은 아침광장 주변의 황금빛 낙엽송이다. 마치 수목원을 황금빛 띠로 에워싸는 듯 외로이 서 있는 낙엽송들이 이별을 고할 즈음이면, 아침고요의 가을은 막을 내린다. 누가 말했던가?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고. 많은 것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가 사라져갔고, 그들과의 만남은 우리들 가슴속에 아름다움으로 남았다.
― ‘가을, 절정’ 중에서

옻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거부감을 넘어 혐오감에 가깝다. 아침고요에서 옻나무는 여름철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살모사 다음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옻나무처럼 사람에게 이로운 식물도 흔치 않다. 잘 알다시피 옻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은 전통 목공예품의 고급 도료로 사용되어왔다. 여기에 줄기와 잎은 건강식은 물론 각종 암과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로부터 방부제와 살충제로 쓰였을 만큼 그 효과가 탁월한 옻독은 위장에서는 소화제가 되고 심장에서는 청혈제가 되며 폐에서는 살충제가 되어 결핵균을 비롯한 각종 균들을 박멸하는데 옻독에 의해 한 번 소멸된 암균은 되살아나지 않을 정도로 그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며야 하는 계절, 혹여 내가 외면한 수많은 것들 중에 또 다른 ‘옻나무’들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 ‘못생긴 것들에 대한 단상’ 중에서

조락의 시간
헐벗은 산야가 또 한 번 화려하게 채색된다
노랗게 물들은 나무들 사이를 걷노라면 어느 순간 하늘의 문 앞으로 안내될 것만 같다
― ‘낙엽송’ 중에서

요즘 대도시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경치 좋은 근교 시골 땅에 전원주택 하나쯤 짓고 사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이다. 빡빡한 도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노후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데는 이 같은 생각이 꽤 매혹적으로 들릴 것이다. 산들한 시골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 밤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감자로 밥 해먹고, 달콤한 낮잠 한 번 자고 나면 일주일의 피로가 깨끗이 가실 텐데……. 얼마나 좋은가? 그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전원생활은 또 하나의 유토피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막상 시골의 일상 속에 자신을 던졌을 때, 어느 것 하나도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것 없는 농촌생활의 불편함과 마주했을 때,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장담하건데 그들 중 90% 이상은 시골에서의 단조로움과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행복은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자리의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있는 만물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생은 정원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중에서

잣나무|홀로 성장한다는 것|자연스러움 예찬|야생화|기다림에 행복해할 수 있다면|가을, 절정|자욱한 안개 속에서|못생긴 것들에 대한 단상|낙엽송|감동이 그리운 세상|인생은 정원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전정의 계절

▒ 겨울_아름다운 귀로

아름다운 것들은 오래도록 곁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가을 한철 찬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던 단풍들도 어느 늦가을 아침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서리를 못 이기고 하나 둘씩 부서져 내렸다. 화려하던 정원은 이제 어느 마녀의 몹쓸 마법에 걸려 순식간에 변해버린 세상처럼 쓸쓸하기만 하다. 이렇듯 모든 화려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초겨울, 정원 한쪽이 빨간색으로 피어오른다. 낙상홍 나무에 열매가 맺은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동그랗고 작은 콩알만한 새빨간 열매가 가지에 다닥다닥 열려 있는 그 모습이 멀리서 보면 마치 빨갛고 앙증맞은 꽃들이 온통 피어 있는 것처럼 강렬한 느낌을 준다.
― ‘겨울날의 등불’ 중에서

겨울은 지나간 시간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꽃 피던 봄날이 생각나고 녹음이 무성하던 여름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집 풍경이 스쳐가고 그 옛날 뒷동산을 누비며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내 인생의 봄과 여름, 가을을 반추하게 된다.(……)
초겨울, 무수히 많은 별리(別離)를 경험하면서 지나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귀로(歸路)의 윤리, 숙명의 길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이제 겨울이 깊어갈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내 인생의 겨울이 다소 쓸쓸하기는 하겠지만 공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내 인생의 겨울은’ 중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일정선의 간격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이치는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 흥미롭다. 사이의 존재란 뜻이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의해 그 의미가 확인되는 존재이다. 부부 사이, 가족 사이, 친구 사이, 이웃 사이……. 우리에게 익숙한 관계들이다.
― ‘조금 거리를 두고 산다는 일’ 중에서

한가한 오전을 보낸 후 오늘도 숲 속을 거닐었다. 숲은 오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겨울이 깊어진 자리에는 어제처럼 낙엽이 무심히 쌓여 있었고 나무들은 언제 저 가지에 새 잎이 돋을까 싶을 정도로 앙상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주 느리지만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벌써 몇 달 째 숲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제 얼마 후면 이곳에는 중요하고도 위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소리 없이 천천히.
― ‘천천히 가라’ 중에서

그때 우리가 함께 지은 이름이 바로 아침고요(The Garden Of Morning Calm), 이것은 ‘조선(朝鮮)’을 의역한 말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 아내는 기분 좋은 농담처럼 나의 제안에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나 역시 가슴속에 절실한 소망을 품고는 있었다 하더라도 ‘아침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수목원이 언제쯤 우리의 손으로 설계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우리의 현실적인 여건으로 보아서 그와 같은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유행어가 된 말처럼 ‘꿈은 이루어진다’. 그때 전망 없는 현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길에서 내 꿈은 구체화되었고, 지금 나는 기적같이 그 꿈을 이루었다. 거듭 말하지만 내일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꿈을 꾸는 동안 그는 행복할 것이며,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 있어 그의 삶은 더욱 빛날 것이다.
―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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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겨울날의 등
미로를 걷다
생긴 대로 살게 하라
내 인생의 겨울은
소나무
꿈꾸는 소나무
자유
조금 거리를 두고 산다는 일
작은 꽃 찬가
천천히 가라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font color=darkgreen>[저 자] : 한상경</font>
한상경은 흙과 자연을 사랑한다. 상록수의 꿈을 안고 농촌으로 돌아가 정직하게 살아가는 농부가 되고 싶었던 ‘꿈꾸는 청년’은, 나이 쉰이 훌쩍 넘은 ‘나무 심는 교수’(삼육대 원예학)가 되었다. 겸손과 기다림의 지혜를 가르쳐준다는 아카시아를 특히 좋아하는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틈틈이 수목원을 가꾸는 삶에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한국 정원의 모형을 제시하고자 만든 아침고요 수목원에는 오늘도 자연과 그를 사랑하는 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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