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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깎아 어디에 쓰시려고?

어느 날 우연찮게 인터넷 웹 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만화 한 컷. 무심코 한눈으로 훑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 만화 속에 들어있는 짧은 글 한 토막이 천근의 추처럼 기획자의 머리를 쿵하고 내리치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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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89-464-1398-0 07810
발행일
2003-12-20
지은이
구상렬
책정보
신국변형, 200쪽
가격
8,500



한 컷의 만화 속에 담긴 섭리
어느 날 우연찮게 인터넷 웹 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만화 한 컷. 무심코 한눈으로 훑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 만화 속에 들어있는 짧은 글 한 토막이 천근의 추처럼 기획자의 머리를 쿵하고 내리치는 걸 느꼈습니다.
“느슨해도, 팽팽해도 제 소리가 나지 않는 범. 바른 소리를 내는 당김이 중도라 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고 쫓던, 다른 이의 고통과 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독단적으로만 살고자 했던 기획자의 등을, 우리들의 사특한 마음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한 줄기 죽비소리였습니다. 기획자는 그 작은 만화 한 컷 속에 세상과 삶과 사람을 살피는 저자의 비범한 성찰과 혜안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음식이 그런 것처럼 ‘운수납자’의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만화 운수납자’와의 행복한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
세상이 험하고 혼탁합니다. 딱히 염세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계의 타락과 혼돈을 염려할 성싶습니다. 혹자는 TV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라고도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보면 가히 엽기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빚에 쪼들린 아버지가 아무 죄도 없는 무구한 아들과 딸아이를 차가운 한강 물에 던지고, 고급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도 없는 노부부들이 둔기에 머리를 맞고 연쇄적으로 살해됩니다. 정치인들은 기업으로부터 트럭 째 불법자금을 받고도 시치미를 떼고 노점상, 산동네 주민들은 완력으로 무장한 용역철거반원들과 생존을 건 사투를 벌입니다. 시위 현장에선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오릅니다. 그뿐인가요? 밤 잠 자지 않고 일하다가 새벽길에 귀가하던 동대문 상인들이 괴한의 피습을 받고, 부유층의 대학생들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연쇄절도행각을 벌이기도 합니다. 매일 밤 폭력과 욕망의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촌철살인의 깨달음, 매순간 반복되는 돈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명경시, 황금만능주의, 이기주의, 미움과 분노 그리고 욕심은 총체적인 혼돈에 휩싸인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 구상렬 씨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우리에게 다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운수납자(雲水衲子)의 ‘운수’는 자연의 흐름을 추구하고 또 그를 얻은 자립·자유인을 의미하며 납자는 세상의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진리에만 의존하여 자신의 삶을 단독적으로 꾸려가는 일체의 욕망을 버린 종교수행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구상렬씨는 구름과 물처럼 흐르고 부딪치면서 험난한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서 그 세상을 견디고 이해하고 종국에는 넉넉하게 품어 안을 수 있는 마음자리를 발견해냅니다. 다양한 직업을 거쳐 그림작가로 입문, 그간 어린이문학판에서 개성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왔던 구상렬 씨는 운수납자의 자유로운 시선으로 “아무것도 아닌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찾아나섭니다. 여기서 아무것도 아닌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란 진리로 통하는 문, 마음의 평화와 해탈의 길에 다다를 수 있는 문을 가리킵니다. 그 문에 이르기 위해서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반어적인 설법입니다.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문을 찾지 못한다는 것, 욕망하는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 마음을 비우고 인간 본래의 성질을 갖게 되면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이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진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슴 깊이 귀 담아 들어야 할 참된 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툰에 담긴 선(禪)의 모습
작가 구상렬은 그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문에 다가서는 길을 한 컷의 만화 속에 담아 쉽고도 정겨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엄숙한 고담준론 안에서만 운위되며 대중들과 일정한 거리를 갖고 있던 선禪의 모습을 친숙하고 정겨운 그림 안에서 형상화해 일반인들에게 보여줍니다. 카툰도 얼마든지 선을 형상화하고 그것의 의미를 수행자에게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는 정치풍자, 감성멜로 위주인 카툰의 아이템을 보다 넓게 확장시켰다는 의미도 지닙니다.
구상렬의 그림은 때로 독자들에게 매서운 성찰을 요구하기도 하고 지극한 위안과 평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구상렬씨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흰구름 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나를 맡깁니다. 바람 따라 걸어갑니다. 흰구름 따라 걸어갑니다. 달빛 따라 걸어갑니다. 동쪽으로 오거나, 서쪽으로 가거나 마음 두어 무엇하겠습니까? 아름다운 것은 추함이 있기 때문이고 선한 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하다면 높고 낮은 것은 서로 기울어지고 어렵고 쉬운 것이 서로 어우러지면 한결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글과 그림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저자의 이같은 입장은 도덕경의 첫 구절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음과 같은 육조 혜능선사의 말을 떠올리게도 한다.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 (하처야진애)
본래 물건(존재)가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때를 벗겨낸단 말인가

그가 그린 한 컷의 만화 속에는 세상의 섭리, 우주의 질서가 들어 있다. 그의 그림은 든 척하는 삿된 선풍(仙風)의 그림이 아니고, 세상을 투시하는 냉철한 통찰력과 대상에 대한 뜨거운 애정의 표현임이 분명하다.

운수납자의 수행은 언제 시작되었나?
이 책 속에 실린 글과 그림들은 전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한일월드컵 직후인 2002년 7월 디지틀조선의 <만화조선>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당시 ‘생각하는 만화’라는 부제를 달고 매일 한 컷씩 연재됐는데, 연재횟수가 늘어날수록 고정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다할 자극이나 충격 없이 평범한 이치와 진리를 스스로 깨치게 하는 잔잔한 감동 속에 그의 그림과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조용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홈페이지(http://www.unsucartoon.com)를 운영하면서 보다 가깝게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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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또 다른 당신이었습니다

2장 무엇이 두려워 망설이는 것일까

3장 바람이나 되었으면 좋을 텐데요

4장 지워지기 싫으면 지우지 말 일입니다

5장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font color=darkgreen><b>▒ 저자 소개 : 구상렬</b></font>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난 학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한일개발(현 한진건설)에 입사,
지하철 1호선 서울역 등을 건설했고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 해군기지 건설 (조경담당 프로젝트 매니저) 사우디 리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건설 (조경담당 프로젝트 매니저) 등에도 참여했다. 된장을 잘 끓인다는 이유로 UCLA 유학의 꿈을 접고 결혼했고, 대우엔지니어링에서 도시계획 파트 일을 열심히 하던 중 그림을 그리고 살고 싶다는 이유로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일러스트레이터란 새로운 이름으로 살았고 많은 그림과 만화를 그렸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어 雲水衲子의 길을 선택하여 세상과 대화를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
작가 홈페이지 www.unsucar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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