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인출기 앞에서 만난 하룻밤의 남자에게 화려한 여행을 약속받고 파리로 간 마치코는 남자의 곁을 떠나 패륜적이고 음란한 생활에 현혹되어 간다. 코트 다쥐르, 모로코로의 여행을 하는 동안에 영혼의 껍질을 벗어버린 마치코는 ‘이비사’로 가라는 노파의 말을 따라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파리로 건너오기 전에 마치코가 한 유일한 의지적인 행위는 크롬 도금의 냄비 안에서 물이 끓어올라 증발할 때까지 지켜보는 일이었다. 몇백 시간이나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것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해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실행한 일이었다. 그런 마치코는 파리로 건너온 뒤에 자신에게 있는 몇 가지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자기와 맞서는 여행,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소설이라면 비극적으로 비칠 수 있는 결말도 어둡지 않고 밝다. 마치코의 의지가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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