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최초로 서구 유럽에 소개되어 극찬받은 일본 근대 문학의 백미!
가와바타 야스나리, 요코미츠 리이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 근대 문학의 천재 작가 나카가와 요이치
《하늘의 박꽃》의 작가 나카가와 요이치는 국내 문학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유명한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가다. 국내에는 야스나리와 요코미츠 리이치를 비롯한 몇몇 작가들만 알려져 있지만 나카가와 요이치 역시 신감각파의 일원으로 일본 근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이다.
나카가와 요이치는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와 진보적인 정신으로 무장된 작가로서 그의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작품을 발표할 당시에는 일본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나카가와의 아름다우면서도 결코 화려하지 않은 독특한 문체는 일본 외부 세계와 후대에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작품 중에서 특히 《하늘의 박꽃》은 1936년 1월 작가가 41세 되던 해 잡지 《일본평론》에 발표한 작품이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이 작품에 대한 단 한 줄의 비평도 없었으리만치 일본 문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문단의 폐쇄성과 독단이 그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 문단의 원로인 나가이 카후 등이 그의 작품을 격찬했고, 젊은 독자들도 이 작품에 대한 문단의 냉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열광했다. 그리하여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후인 1941년부터 전쟁이 끝난 1945년까지 45만부의 책이 팔려 나갔다. 이 작품은 외국에서도 호평받아 발표 6년 후인 1942년에 독일어로, 이듬해인 1943년에 중국어로, 1949년에는 영어로 차례로 번역 간행되어 외국의 독자 수는 날로 늘어갔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의 현대 문학으로는 맨 먼저 유럽에 소개된 작품이 바로 이 《하늘의 박꽃》이다. 1953년 파리에서 프랑스어 판이 출판되었을 때 알베르 카뮈는 “의연하고 진실된 소설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음으로 해서 함축의 맛을 한층 더 살려 낸 작품이다”라고 격찬했다.
담담한 문체 속에 녹아 있는 격정, 20여 년을 그리워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작품의 주인공인 다츠노구치(나)는 대학 근처에서 하숙을 하다 하숙집 주인의 딸인 아키코(그녀)를 만나게 된다. 아키코는 다츠노구치보다 일곱 살 연상인 유부녀였다. 다츠노구치는 아키코에게 사모의 정을 품은 이후 줄곧 거절당하면서도 23년 동안 한결같이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아키코와 다츠노구치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무렵, 아키코는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다츠노구치는 아키코가 좋아하던 하얀 박꽃을 생각하며 밤하늘에 불꽃을 수놓는다.
일문학자 모리야스 마사부미(森安理文, 사가미 여자 대학교 교수)는 《하늘의 박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칫하면 감상으로 흘러 버리기 쉬운 소재인데도 작가는 여주인공 아키코의 심리 묘사를 대부분 편지 형식으로만 다루고, 남녀의 구체적인 교섭에 있어서도 일상적인 리얼리즘을 떠나 차라리 신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성법으로 감상으로 흐르는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근대의 합리주의에서 본다면 이 가엾은 주인공을 비웃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지만 작가는 그러한 ‘근대’를 초극하고 있다. 인간의 불안과 비극을 초래한 근대 물질주의에 대해서 작가는 비합리의 미학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의 초극이 가져다주는 가치 전환이란 의미에서 앞으로도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보아 낭만주의를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에서는 극히 드문 예술 지상주의 작품으로 간주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하겠다.”
모리야스 마사부미의 말처럼 《하늘의 박꽃》은 등장인물(특히 ‘그녀’)의 심리 상태를 자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담담한 편지글만으로 처리하고 있다. 반면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가 아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주변 상황은 지나칠 만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 상태의 담담함과 배경의 섬세한 묘사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그녀와 내가 주고받은 편지글에 담긴 격렬한 감정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정열, 수행과도 같은 집착
《하늘의 박꽃》이 발표 당시 문단의 외면을 받았던 것은 금기시되는 사랑을 관철하려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행동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사랑, 집착, 또는 성애의 묘사가 그리된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작가는 그런 주인공의 일련의 행동을 ‘광기에 가까운 정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해석으로는 사랑을 관철하려는 주인공의 집착이 거의 수행에 비견되는 의미를 갖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의 발표로부터 60년 이상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세태도 많이 변했다. 현대의 우리를 지배하는 도덕관념이나 애정관, 결혼관 등도 6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주인공이 ‘이 광기에 가까운 이야기를 뭐라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긴 세월을 건너뛰어 요즘의 우리는 이 지고지순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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