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줄동이 말동이》, 《초록말 벼리》 등의 작품을 써 주목받고 있는 동화작가인 홍종의가 ‘어머니’와 ‘고향’, ‘동심’ 등을 주조음으로 써낸 전작 에세이다. 편의상 에세이로 구분할 수 있는 이 책은 여타의 다른 에세이들과는 완연하면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보통의 에세이들은 산문적인 현실감과 서사성을 통어하는 간접적 기술을 통해 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일정한 산문적 형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책은 에세이 본연의 엄정한 산문성과 함께 동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서사성과 극적인 성질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표지에서 “동화 같은 에세이”라는 카피를 취택한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동화와 에세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두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매혹을 가지고 있어 독자들에게 매우 독특한 책읽기의 재미를 선사한다. 에세이가 보여주는 유려한 문장과 감수성, 그리고 동화가 보여주는 구성의 묘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작가 또래의 성인들이 오래 전에 떠나 온 그래서 기억 속에서 유실된 고향과 어머니의 아늑한 품이 가진 따뜻함에 대한 동경과 향수이다. 작가는 고향과 어머니의 품은 동심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살아서 다가오는 것임을 역설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우리네 감성의 밑그림은 항상 동심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우리는 그 밑그림 위에 덧칠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삶이라고 귀결 짓는다. 이후 나는 차근차근 삶의 덧칠을 벗겨냈다. 비로소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동화작가가 된 지 7년이 지나서였다. 덧칠을 벗겨 낼 때마다 밑그림은 항상 어머니였다. 내게 생명을 주셨듯이 온갖 사물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거기 계셨다.”
작가는 스물네 개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와 고향을 떠나서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내면속에서 소담스럽게 간직해온 동심을 일깨운다. 이 책속에 담긴 내용은 모두가 작가의 어머니와 고향집에 대한 사실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꾸며진 것이다. 작가는 이를 우화적인 형식을 통해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이를테면 텍스트 속에서 텃밭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 심지어는 바람이 서로 대화를 하고, 어머니 역시 자유자재로 자연과 소통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 고향은 살아 있는 동심, 살아 있는 자연이다. 작가는 사람의 마음자리에는 모두 동심이 있는데, 각박한 사회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동안 사람들이 시나브로 동심을 잃어버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별이 내려오는 마당”을 보면사실 산업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산다. 도시 속 생존경쟁에 치여서 풀과 나무들을 한번쯤 마주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산다. 이 책 속에서 홍종의는 찔레나무, 모과나무, 돼지감자, 개망초, 앵두꽃, 뱀딸기 등 친근감 있는 식물들의 생태, 인간과 함께 숨쉬며 조화롭게 세상을 꾸미고 있는 자연의 세계를 담백하게 되살려놓고 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 작은 생명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명들에 대한 사랑의 눈뜸, 생명들의 연대를 모색한다. 즉 식물들의 오붓한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그들을 동등한 생명체로서 대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환경과 자연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일관된 옹호를 보여준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통해 가족붕괴 사회의 허실을 풍자적으로 꼬집기도 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과 흡인력 있는 구성에서도 찾아진다. 동화적인 구성 속에 에세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특한 형식은 아마도 전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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