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일상처럼 편안한,
평야처럼 드넓은, 고향 같은 따스함.
이 수식어들은 모두 장진영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의 그림은 특별한 기교나 장치가 없다. 펜과 연필, 붓으로만 그려졌는데 이런 소박한 선과 형태들은 내용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농촌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 우리 전통의 수묵화 형태일 것이다. 작가 장진영은 이를 잘 살려 우리 농촌 고유의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건달 농부의 집 짓는 이야기》는 집을 짓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전에 주인공이 어째서 도시를 떠나 시골로 와야 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집을 짓는가를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도시를 떠난 과정과 농촌의 삶에 정착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경쟁으로만 치닫는 세태에 대해 익살스럽게 때로는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아마 작가의 학창 시절에서부터 꾸준히 계속되어 온 의식 운동의 일환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내가 과연 맨손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신문사에서 만화 작가로 일하는 뱁새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달프다는 생각을 한다. 편집장은 ‘신문사의 입장을 생각해서 이런 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많고, 적당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제 그만 회사에서 나가 달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뱁새는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힘든 도시의 생활에 환멸을 느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궁리 끝에 돈을 벌지 않으려면 돈을 쓰지 않으면 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농촌으로 내려가면 사는 집 문제만 해결되면 먹는 것은 농사를 지으면 되고 그러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뱁새는 아내의 반대를 물리치고 유일한 재산인 전세금을 빼들고 시골로 내려간다.
시골은 좋았다. 월세로 얻은 집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한 달 월세도 5만 원밖에 되지 않는 데다, 병설 유치원에서는 별도의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막상 내려간 시골에서도 돈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진 땅이 없는 뱁새는 당연히 집도 없고 농사지을 땅도 없다. 처음에는 월세를 내고 살다가 자신이 직접 집을 짓기로 결정한다. 돈을 벌고 싶지 않은데 현재 하는 일이 없는 자신으로서는 한 달에 5만 원의 월세도 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뱁새는 마을 여기저기 집을 지을만 한 땅을 알아보고 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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