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첫 경험은 서툰 만큼 설레고 간절하며 애잔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마음속 고갱이로 간직하고 있던 ‘첫아이’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여자의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는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임신과 출산. 결혼과 함께 ‘여자’에서 ‘아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되지만, 첫아이의 탄생과 함께 엄마가 되는 순간 삶은 전혀 새로운 풍경과 맞닥뜨린다.
‘새벽 2시에 얼핏 빠져들었던 선잠에서 깨어났을 때, 문득 얼어붙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진통이 올 때마다 그 반가운 흰 눈처럼 예쁘고 건강한 아이를 생각했다. …
간격이 더 좁아지기 전에 토스트라도 구워서 뜨거운 스프와 한 조각 먹어야겠다. 내 생의 무엇인가가 끝난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시작된다.’ (소설가 김별아)
무릇 고통 없는 출산은 없고, 세상에 신비롭지 않은 탄생이란 없다
이 책에는 첫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여성들이 아이와 함께 엮어나가는 애틋한 삶의 여정들이 담겨 있다. 처음 임신했을 때의 기쁨과 놀람, 태중의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있고, 산고 끝에 핏덩이를 받아든 순간의 신비롭고도 아찔한 기억이 있다. 몇 번의 유산 끝에 귀하게 얻은 아이, 이혼 후 ‘한부모’가 되어 아이와 서로 의지하며 다시금 엄마의 정원에 꽃 피어난 사랑과 행복이 있다.
‘내 뱃속의 사람에게 말했다. “사람은 이렇게 가난할 수도 있다. 고통스럽기도 하다. 너도 그런 걸 알아야 한다. 인생은 이렇게 다양한 느낌들로 꽉 차 있는 것이다. 각오해야 한다!” 태중에서 고통을 당해서 그런지 그 사람은 아기 때부터 의젓했다.’(화가 김점선)
아이는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다른 존재를 자기보다 먼저 앞세우는 기쁨도 있다는 것을. 아직도 나는 선연하게 기억한다. 아픈 큰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에 가느라 육교 위를 허둥지둥 올라가는 동안 등에 따뜻하게 전해지던 그 감촉을.‘아, 사람은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로구나……’(前오마이뉴스 편집국장, 프리랜서 기자 서명숙)
첫아이는 엄마가 세상을 살아가는 짐이면서 힘!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저출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먼 우주에서 지구별을 찾아온 귀한 ‘손님’인 첫아이가 여자라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혹 짐이 될 수도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육아 경험이 없는 초보 엄마는 아이 몸에 조금만 열이 나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다짜고짜 울어대는 아이에게 엉겁결에 젖을 물리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특히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라면 출산 휴가가 끝난 후 당장 누군가에게 갓난아기의 양육을 맡겨야 한다. 그것이 가까이 잘 아는 사람이건 전문적인 탁아 시설이건, 돈은 돈대로 마음은 마음으로 치러야할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때론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결에 아이는 자라난다. 말썽도 부리고 때론 반항도 하며 여자의 삶으로만 보면 발전을 더디게 하는 짐일 수도 있는 그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에겐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자 의미임을 이 책은 더없이 진솔하게, 가슴 뭉클하게 전해주고 있다.
◎본문 속으로
아이는 탯줄을 목에 감고 태변이 나와 있는 상태로 처음엔 울지 않았다. 이후 아이가 고개를 제대로 가누는 것을 볼 때까지는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혼자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살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아이를 내 품에 안게 되었다. 고 작은 생명이 나에게 주는 그 무한한 행복감이란! 마치 온 우주를 내 품안에 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꼼지락거리며 하품하는 아기의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이 아이를 내가 정말 낳은 걸까? 내가 이 작은 생명의 엄마가 되다니!’
-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만 너를 만나면서 엄마가 세상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알게 되었단다. 그 전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나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소아적인 생각만 가득 했었는데……. 너를 안고, 너를 업고, 너의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지. 그리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주먹을 불끈 쥐게도 되었구나. 그러고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머니 안타까울 뿐이란다. 한편으로는 ‘아이구, 내 자식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내가……’ 하면서 부끄러움과 좌절감도 함께 느낀단다.
- 국회의원 나경원, ‘나의 보석, 넌 할 수 있어’
그 조그만 생명이 나에게 열어 보여준 세계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신천지였다. 아이를 낳으면서 나는 내 몸이 왜 생겨났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의 무한한 돌봄을 기다리는 아기를 보며, 대가 없는 희생과 사랑을 경험했다. … ‘팔 길이 사랑’이란 말이 있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을 향한 일종의 경구로, 교육학자들이 “팔 길이만큼 떼어놓고 길러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팔 길이 사랑’이란 품 안에 가두지 않는 사랑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휘청거릴 땐 손을 뻗쳐 잡아줄 수 있는 거리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결코 먼 데 있지 않은 부모의 사랑과, 숨 쉬고 활개 칠 공간을 함께 누린다. … 그래, 딸아. 네 인생이 따로 있다고? 가르쳐 주기도 전에 스스로 깨닫다니, 과연 내 딸 답구나. 그래도 이 어미는 죽을 때까지 팔 길이 사랑을 계속하련다. 팔 길이만큼 ‘떼어놓는’ 사랑이 아니라, 최소한 팔 길이를 ‘유지하는’ 사랑을. 일 년에 한두 번은 활짝 펴져서 요긴하게 쓰이는 병풍처럼, 늘 그렇게 엄마는 네 인생의 팔 닿는 곳에 접혀 있으마.
-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 ‘팔 길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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