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
지난 1987년 《멀리 가는 향기》가 처음 발간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는 생각하는 동화는 이전의 7권을 5권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6월 말 1,2권이 동시에 출간된 뒤 10월경에 완간될 예정이다. 이 작업은 정채봉 작고 5주기를 맞아 시작된 전집 발간의 일환으로, 《호랑이》로 한국출판문화대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한 이성표의 그림과 함께 엮었다.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는 글
생각하는 동화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동심으로 돌아가 맑게 살기를 바랐던 정채봉의 소망이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동심과 사랑, 자연, 나눔 등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또 어린이의 때 묻지 않은 맑은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은밀한 내면을 날카롭게 파헤치기도 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섬세한 시선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기도 했다.
글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성표의 그림은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다. 글에 그림이 끌려가거나 단순히 글을 보충하는 일반적인 삽화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동화’라는 제목처럼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철학과 사색의 여지를 줄 수 있도록 표현하느라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 했고,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2년여 동안에는 거의 이 작업에만 매달리다시피 해야만 했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철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색채와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성표의 새로운 그림과 함께 어우러진 생각하는 동화는 ‘정채봉을 추억하는 세대’뿐 아니라 그 이후의 독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은이 정채봉은 1946년 전라도 순천의 작은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흰 구름, 솔바람, 수평선 위를 나는 새, 학교, 나무, 꽃 등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그의 고향이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꽃다발>로 당선해 등단했다.
간결함 속에 깊은 울림과 여운을 주는 문체로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만들어 냈으며, 한국 동화 작가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가 독일에서, 《오세암》이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대한민국문학상(1983), 새싹문화상(1986), 한국 불교 아동문학상(1989), 동국문학상(1991), 세종아동문학상(1992), 소천아동문학상(2000)을 수상했으며 마해송, 이원수로 이어지는 한국 아동 문학의 전통을 잇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그는 모교인 동국대, 문학아카데미, 신춘문예 심사 등을 통해 수많은 후학을 길러 낸 교육자이기도 했다. 동화 작가, 방송인,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겸임 교수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던 그에게 1998년 말 간암이 발병했다.
죽음의 길에 섰던 그는 투병 중에도 펜을 잡고 삶의 고통과 새 의지, 자기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을 펴냈고, 첫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를 통해 마지막 문학 혼을 불살랐다. 평생 섬 마을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았던 정채봉은, 사람과 사물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과 생명을 대하는 겸손함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2001년 1월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동화처럼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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