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思母曲
2007년 9월 작고한 이해인 수녀의 모친 故 김순옥 여사에게 바치는 시들을 엮은 책. 올해로 수도생활 40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쓴 사모곡 60여 편과 어머니 살아생전에 쓴 엄마 관련 동시 20여 편, 어머니와 해인 수녀가 주고받은 편지들과 추모 글들을 함께 엮은 이 책은 어머니를 향한 이해인 수녀의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시인 생활 30년을 맞이한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 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주신 도장집, 꽃골무, 괴불주머니 등 어머니의 유품 사진들과 잔잔한 사연을 함께 담고 있다. 시 곳곳에서는 ‘귀염둥이 작은딸’로서의 친근한 해인 수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이해인 수녀 1문 1답|
이해인 수녀는 『엄마』출간을 준비하던 중 지난 2008년 7월, 암 선고를 받고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을 거쳐 긴 항암치삔에 들어간 이해인 수녀를 만나보았다.
Q1. 열 번째 시집의 주제를 ‘어머니’로 정한 이유는?
처음에는 어머니 1주기를 기념해 어머니와 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가족끼리 비매품으로 돌려 보려고 했는데 여기에 사모곡을 더해 이렇게 곱고 정다운 책으로 내게 됐어요. 우리 엄마는 모든 이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Q2.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심경이 어떠했는지?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했어요. 그동안 순탄하게 살아 왔는데 투병의 고통을 통해서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Q3. 항암치삔 중인 요즘 근황은?
저의 보호자인 원장 수녀님께서 치삔에만 전념하라는 엄명을 내리셨어요.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니 그 뜻을 따라야지요. 전화기도 없고, 메일도 못 쓰고 이젠 오로지 치삔만 받아야 하니 좀 답답하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방책을 마련했답니다. 무료한 시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CD플레이어도 샀어요. 시 낭송도 듣고 음악도 듣고 해요. 사실 너무 아프니까 좋은 생각도 잘 안 나고, 기도도 잘 안 된답니다. 그래서 세상엔 아픈 이들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답니다.
Q4.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주위의 반응은?
주위 사람들이 병을 미워하지 말고 친구처럼 잘 지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지요. 두렵기도 하지만 겪어야 될 고독한 싸움이니까 잘해보려고 해요.
Q5. 앞으로의 계획은?
세상과 단절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날 돌볼 겨를 없이 바삐 살아왔으니 이젠 내 안으로 들어가서 사막의 체험을 해야겠어요.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선물이고 또 기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수도 생활 40년을 맞았고, 60대 초반이니 그동안 썼던 글과 했던 말들을 정리해보며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 같고요.
Q6. 독자들에게 한마디
여러분이 보내준 관심과 기도에서 새 힘을 얻어 열심히 ‘투병의 길’에 들어설게요. 대수술까진 무사히 마쳤는데 앞으로 항암치삔 등 더 험난한 길이 남아 저를 두렵게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용기를 내야지요. 『엄마』의 주인공처럼 저도 단순하고 지혜로운 원더우먼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그는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1980년대 시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그는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그의 상징인 ‘민들레의 영토’ 수도원에서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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