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기억의 정원에서 만난 맑은 바람 같은 위로
“아이가 속을 썩일 때, 남편이 남의 편 같을 때,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뭔지 모르게 지난 시간이 억울할 때,
‘세월의 강심江心’ 아래로 가라앉은 추억이라는 보석을 꺼내들고 나는 박물관으로 간다.”
나는 박물관에 쉬러 간다
우리에게 박물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 전시 설명을 듣고 유물 해설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 곳, 그래서 엄숙하고 지루한 곳. 그런데 여기 박물관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성혜영 씨에게 박물관은 우리가 살아온 흔적 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모든 흔적이 있는 곳이다. 그는 유물이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의 정보를 습득하는 교육 위주의 관람에서 벗어나 유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과 일상을 돌아보는 새로운 방식의 ‘마음 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가 권하는 박물관 관람 원칙은 이렇다. 1)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지 않는다. 2) 팸플릿이나 도록은 미리 사지 않는다. 3) 박물관이 정해 놓은 동선을 따르지 않는다. 4) 남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는다. 5) 관람 시간과 방문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박물관 나들이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 되려면 “나로부터 시작하는 여행”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지친 일상을 다독이는 마음 여행, 뮤지엄 테라피
《오후 2시의 박물관》은 그가 ‘기억의 정원’으로 떠났던 서른다섯 번의 마음 여행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지치고 힘들 때, 남편이 남의 편 같을 때, 자녀가 속을 썩일 때, 살아온 시간들이 헛되게 느껴질 때 박물관의 유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얻었던 저자 자신의 마음 치유의 기록이기도 하다. 박물관 전공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아내, 며느리, 두 딸의 엄마로서 그가 전하는 진솔한 삶의 고백들은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조각보와 녹슨 열쇠, 19세기 유럽 자기, 손때 묻은 목 등잔, 상여에 함께 태워 보내는 목인들, 놋 제기, 오래된 축음기 등 제 몫을 다하고 이제는 박물관 진열대에 선 유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세상의 기억과 나 자신의 기억이 만날 때 이 낡고 오래된 물건들은 비로소 의미 있는 무엇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한다. ‘기억의 정원’에서는 두고 온 사랑도, 상처도, 차마 이루지 못한 꿈들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삶이라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피어난 박물관. 꽃이 진 자리가 저마다 아름답듯 삶이라는 꽃이 진 자리도 아름답다. “텅 빈 폐허 속에서 가득 찬 생명을 상상할 수 있는 곳, 비루한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빛나는 생의 조각을 불현듯 발견하는 곳, 그래서 버려야 할 삶이란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곳, 일상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생의 전부임을 깨닫게 되는 곳”, 그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통한 새로운 일상 치유법 ‘뮤지엄 테라피’를 이야기하는 에세이 《오후 2시의 박물관》. 이 책은 ‘기억의 정원’에서 만나는 숱한 삶의 흔적들에 마음 한 자락 기대어 쉬어 가고, 위로를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새로운 ‘마음 여행’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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