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이 없고 중간만 있는 이야기
주인공 올라프는 동화에서 중간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시작은 어찌 진행될지 궁금해서 너무 조바심이 나고, 끝은 결국 잠들어 버려서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간만 있는 이야기처럼 단숨에 전부를 알려달라고 말하는 올라프의 독특한 요청만큼 이 책의 구성 역시 독창적이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삼 남매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 1분 전과 1분 후가 또렷이 구분될 만큼 매 순간이 의아하고 새롭고 흥미롭다. 첫째인 올라프는 오소리 굴처럼 깊은 잠에 빠진 동생을 깨울 때도, 운전사 아저씨의 샌드위치를 탐내는 막내를 단념시킬 때도 고함을 지르거나 힘으로 해결하는 법이 없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아주 진지하고 유쾌한 자세로 묘안을 찾아내는 데 그 과정이 신선하다. 그리고 이 책만의 차별화된 구성으로 중간 중간에 흥미로운 사람이나 사물, 동물 들과 함께 벌이는 남매의 상상 인터뷰가 펼쳐진다. 덧붙여 ‘네가 이것을 알았으면 좋겠구나.’라는 유익한 정보가 다루어진다. 총 22개 챕터로 이뤄진 이 작품은 지루한 부분이 단 한 곳도 없는 온통 절정인 이야기이다. 한 권만으로 22권의 책을 읽은 듯 독자들은 풍성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이것을 알았으면 좋겠구나 ◆ 샤워기 뱀 :
육지와 물에 사는 평범한 뱀의 한 종류야. 전 세계 곳곳의 욕실에서 나타나곤 하지. 하양이나 은색 혹은 회색빛을 띠고 있고, 둥근 머리에 반짝반짝 빛나는 단단한 비늘을 가졌어. 다 자란 샤워기 뱀은 길이가 약 1.5미터 정도야. 샤워기 뱀은 독을 품고 있지는 않아. 단지 놀라거나 겁을 먹었을 때는 침입자를 향해 많은 양의 물을 발사하고, 그가 몸을 다 씻을 때까지 기다린단다.
―본문 중에서
상상 인터뷰, 동물과 사물 들 입을 열다
삼 남매는 상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장소를 찾으며, 여러 대상을 만나게 된다. 침실에서는 길 잃은 나방을, 욕실에서는 샤워기 뱀을, 이집트에서 낙타 무스타파를, 사바나에서 코끼리를, 북극에서는 바다코끼리 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남매의 시적인 인터뷰는 대상을 낯선 시선으로 새롭게 보게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남매가 마이크를 내미는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은 꾹 다물었던 입을 열고 한껏 수다스러워지는데 그 대화 안에는 반짝이는 지혜와 웃음이 녹아 있다.
올라프 여보세요, 거기 북극인가요?
바다코끼리 바다코끼리입니다! 환영합니다!
올라프 지금 거기 날씨가 어떤가요? 추위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바다코끼리 아뇨, 지금 이상 기온이라 무더위가 한창이에요! 온도계 눈금이…… 영하 2도네요!
―북극에서 바다코끼리와 인터뷰 중인 올라프/ 본문 중에서

보육원에 단 한 명의 어린이도 살지 않게 되는 게 올라프의 꿈
이야기의 결말에는 올라프와 피올레트카, 율카 세 남매가 지내는 곳이 실은 보육원이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내용의 깜짝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결말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껏 아이들이 부모님이 있는 것처럼 너무나 태연하게 독자를 속였기 때문이 아니다. 세 남매가 부모님의 빈자리에서 오는 슬픔이나 결핍에 물들지 않고, 따뜻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남매간의 깊은 우애로 오히려 지켜보는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독자는 행복한 결말을 깨닫는 순간 앞서 느낀 아기자기한 즐거움들을 뭉클한 감동으로 다시 경험하게 된다.
올라프는 여동생을 둘이나 돌보기란 정말 골치 아프고 성가신 일이라고 말하는 삼 남매 중 첫째이다. 하지만 내심은 좋을 때가 더 많다고 자부하며 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오빠이다. 첫째 여동생인 피올레트카는 엄마를 빼닮아 생각이 많고 보라색을 좋아하며, 막내는 야채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을 입에 넣는 오동통한 아이이다. 이 둘은 오빠 올라프에게 온종일 이것저것 질문해 온다. 올라프는 동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그리고 즐겁게 채워 주기 위해 인터뷰 놀이를 생각해 내는데, 이 놀이는 흥미로운 사람이나 동물, 혹은 물건과 상상력을 발휘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규칙이다. 덕분에 삼 남매는 현실을 뛰어넘어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용기 있게 성장하게 된다.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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