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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아픈 건 내 아이지만, 치유받은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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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464-2324-4
발행일
2025-12-17
지은이
이명희
책정보
240쪽 l 130 × 195mm
가격
17,000

구매 가능 사이트 |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움직이지도, 보지도 못한 채 열세 살이 된 아이를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동안 수없이 물었던 관계에 관한 질문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와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를 통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팬층을 착실히 확보해 온 작가 이명희의 신작 에세이. 첫 책에서 자신에게 닥친 시시포스와도 같은 운명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다음 책에서는 일상을 견뎌내는 방법을 풀어냈다면 이번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에서 작가는 줄곧 내면을 향했던 시선을 넓혀 밖으로 돌린다.

 

‘열심은 언젠가 보답받는다’는 믿음과 달리 더는 나아질 희망이 없고, 지금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게 최선일 때. 외면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막다른 곳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각자 주어진 바위를 짊어지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특별하지도, 유일하지도 않음을 받아들이고 일상 속 자신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며 작가는 관계에 대해 쓰기로 결심한다. 혹은 사랑에 대해, 어쩌면 용서에 대해.

 

 

중증장애아의 엄마로서 버텨 온 나날을 뒤로하고 

완전히 무너졌던 세계를 다시 쌓아 올리다

 

 죽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된다. 혼자 움직일 수 없고, 앞이 보이지도 않는 아이는 어느덧 열세 살이 되었다. 이전과 달라진 눈으로 바라보니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제한된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웃이나 아들의 활동 보조 선생님, 수영 강사와 수강생과 나누는 짧은 대화마저 새롭다. 작가는 도로 위 점선과 실선에서 사람 간의 적정 거리를 말하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질문하는 이들의 심리를 짐작하는가 하면, 사람을 유형별로 나누는 MBTI 테스트에서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읽어낸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지금껏 맺고 스쳤던 많은 인연을 돌이켜 보며 작가는 말한다. 혐오와 사랑을 반복하면서 끝없이 흔들리겠지만 불안과 불완전 속에서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중요한 건 감사할 일이 있느냐가 아니라 감사할 결심이었다고.

 

 

 아픈 건 내 아이지만,  

 치유받은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이 책은 삶에 대한 대단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나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연대와 공감, 힐링이라는 단어에 질색하면서도, 이스터에그처럼 곳곳에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스함을 숨겨두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자조 섞인 독설과 유머가 교차하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냥 심각해지지 말라며 독자에게 슬쩍 농담을 던지는 듯하다.

 

 상담심리 전공자로서 여러 이론을 끌어와 보지만, 자기 자신조차 다 알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이해는 결국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작가가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볼품없는 곳에서 빛 한 줄기를 찾아내는 일.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고 다가가는 일. 살다 보면 인생이 결코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누구나 절감했을 경험적 진리 앞에 작가는 어쭙잖은 위로 대신 덤덤한 희망을 건넨다. 그럼에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사랑과 이해, 용서와 안부를 모두 담은 한마디, 안녕을 말하며.

 

 

책 속에서


우리는 언제 저 사람과 인연을 딱 끊겠다고 다짐하는가? 그건 답이 안 나올 때다. 이로써 나는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워질 수 있는지를 봤다. 한편, 나는 어떤 관계를 그렇게 잘라 내면 그만이라고 믿고 행하는 그들의 신념과 추진력이 부러웠다. 당시의 나는 매일매일 ‘끊어내고 싶지만,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관계’에 압도되어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한때, 내 자유의지가 곧 나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건 오히려 자유의지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간절해도 마음대로 끊어낼 수 없었던 것들 속,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두 파 버리고 싶지만 조금도 도려낼 수 없었던 것들 속에 내가 있었다.

 - ‘어떻게 지내요’ 9~11쪽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은 변치 않는 삶의 질서고, 내 인생이라고 그 법칙을 피해 갈 리 없지. 먹지 않고 계속 배부를 방법은, 매일 야식 먹고 자면서 살찌지 않을 방법은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간단하다. 무얼 선택하고 무얼 책임질지 따져 본 뒤,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사고를 단순화하는 것. 그 책임 하나를 지기 싫어 우리는 ‘남탓’하며 편하게 살려 한다.

-‘인생이 뭐 하나는 감당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인 줄도 모르고’ 51~52쪽

 

감사라는 것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현재에 관한 감각이라기보다 일이 다 벌어진 뒤의 사후 평가에 가깝다. 즉, 감사란 이미 일어난 일(과거)이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미래)을 기준으로 현재 상황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분석 작업일 뿐이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가 지금 가까스로 피한 불운과 불행’을 도출해 내는 인지적 작업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거기에 현재 시제를 쓸 수는 없다는 주장. 내가 감사 일기를 써 온 수많은 순간은 사실, 도무지 감사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고독한 밤이었다. 그 밤에 내가 한 건, 감사가 아니라 감사할 결심이었다.

-‘감사하다는 말, 그거 순전히 뻥이야!’ 62~63쪽

 

우리가 우리의 못 말리는 비교 본능에 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나와 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돌아가는 내 안의 비교 작업과 내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버젓이 힘을 발휘하는 평가 항목에 과연 뭐가 있나 들여다볼 수 있을 뿐. 그러고는 내 것이 아닐 수 있었던 것들은 조금씩 쳐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은 잠시 잊어 보는 것. 겨우 그 정도다. 인간 중심 상담의 창시자 칼 로저스의 저서 제목은 ‘인간이 되는 법How to be a Person’이 아닌 ‘인간이 되어 가는 것On Becoming a Person’이다. 우리는 그저 되어가는 인간일 수 있을 뿐 완벽한 인간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평가 중독’ 71~72쪽

 

어떤 보상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보상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오히려 상처를 준다면, 혹은 상처만 준다면, 그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문제와 정답 모두가 제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전혀 다행하지 않은 일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거나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사람을 일으키게 하는 말도, 힘 빠지게 하는 말도 없다.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82쪽

 

내가 이토록 결혼제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렇다고’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숨 쉬는 존재를 내 뱃속에 품는다는 건, 그 조그만 존재를 세상에 툭 낳아 버린다는 건 그런 거였다. 그리고 이때 전위displacement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벌벌 떠는 겁쟁이’로 보이게 할지는 몰라도 그 순간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는 잠시나마 확실히 구해 준다. 나는 출산이 아닌 결혼을 후회하기로 한다(아, 물론 그렇다고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님).

-‘내가 좋아해 놓고 시치미 뗀다’ 122~123쪽

 

MBTI 검사는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변화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에게 놀라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검사자와 검사 대상자가 동일한 이 검사는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자기보고식 검사로, 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이쯤 되면 이 검사의 개발 목적은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게 아닐까. 변화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현재의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사람들이 이 검사를 사랑하는 건 어쩌면 변할 수도 있는 나와 변할 수도 있는 너를 ‘믿어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MBTI를 묻는 건, 너를 이해할 기회를 달라는 말’ 128~129쪽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넘어가도 되는 점선과 넘지 말아야 하는 실선 구간이 있다. 도로의 선들과 차이가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상대의 선만이 아니라 나의 선도 그렇다. 똑같은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거리를 좁혀오고 누군가는 멀어진다. 진심을 다하고 딴에는 노력했대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점선과 실선’ 144쪽

 

인간이 인간이기에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주는 일. 볼품없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만의 빛 한 줄기에 반색하며 다가가는 일. 그 사람이기에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어 주는 일.

 

 

-‘인간이 인간이기에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 171~172쪽

 

프롤로그: 어떻게 지내요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건 상대방일까, 나일까?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 봐야 아는 사람│ 우리는 다 다른 어른이 된다│인생이 뭐 하나는 감당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인 줄도 모르고│어차피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감사하다는 말, 그거 순전히 뻥이야!│평가 중독│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아니요, 열등감이 아니라 우월감이요

 

나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두려우니까 맞서는 거다, 두렵지 않다면 그냥 서면 되니까│관계를 통제하려는 마음│내가 좋아해 놓고 시치미 뗀다│ MBTI를 묻는 건, 너를 이해할 기회를 달라는 말│순서를 뒤집을 수는 없기에│점선과 실선│그렇게까지 솔직할 수는 없어서│산타클로스의 답장

 

시절인연, 그것은 슬픈 말일까, 아름다운 말일까?

인간이 인간이기에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자존감의 비밀│형식의 위대함│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는 일│그럼에도 닿고 싶은 세계가 있다│꼭대기 층에도 층간소음이 있다│그 사람이 하는 말 속에, 그 사람의 두려움이 있다│극과 극은 정말로 이어져 있을까?│보이는 것 그 너머에

 

에필로그: 너를 사랑하게 되는 동안 수없이 던졌던 관계에 관한 질문들

이명희

 

 

대학에서 경영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했지만 평생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아를 키우는 동안 기존의 세계관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했다. 저마다의 고유한 회복 능력을 믿게 되었고, 거기에 생명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재, 수영장 연수반 고인물이자 유행에 편승한 슬로우 조거.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와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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