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아름다운 동화, 그 첫 번째 권
<동승>은 한 여승과 사냥꾼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가 삼밭에 버려진 것을 주지스님이 데려다 키운 도념이라는 사미승의 이야기다. 사생아라는 출신과 동승이라는 신분을 놀려대는 동네 아이들, 파계한 여승과 살생을 일삼는 사냥꾼의 자식이 운명적으로 떠맡아야 하는 업보를 사하여야 한다는 주지스님. 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어린 도념에게 자기를 버린 어머니는 그리움과 미움이 섞인 반어적인 존재이다. 도념은 고단하고 서글픈 현실 속에서의 굴욕적인 삶을 벗어나 따스한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다. 언젠가 어머니가 자기를 꼭 찾아올 거라고 믿는 도념의 그리움은 현세의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구세주를 기다리는 민초들의 열망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도념 앞에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어머니를 대신할 아름다운 미망인이 등장한다. 도념이 살고 있는 절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갓집 안씨 부인은 도념 나이 또래의 아들을 잃고 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는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찬 미망인은 도념에게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찾아오지 않은 어머니를 그리던 도념은 미망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새롭게 형성된 모자관계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서 욕망의 대상을 대체하는 간접화된 욕망의 중개자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태어날 때부터 죄를 타고난 도념을 세상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 우리는 이 세상과 맺고 있는 합리적인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더 큰 인과관계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되는 존재이고, 우리의 의식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업'에 대해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고 믿는 주지스님은 도념의 행복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결국 도념은 얼굴조차 모르는 어머니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길 떠나는 도념의 모습은 어찌 보면 절이라는 보호막 속의 공간, 혹은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 험한 세상으로 나서야 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그 원초적인 모태를 향한 갈망과 탯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서는 아이의 운명이 하나의 커다란 감동의 원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동승 도념의 그 특별한 상황이 결국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정서에 맞닿아 있기에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줄거리
절에서 살고 있는 사미승 도념은 파계한 여승과 사냥꾼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다. 도념은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절에서 기거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가 자기를 데리러 와 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던 중, 도념이 살고 있는 절에 자주 오던 대갓집 젊은 미망인은 도념 또래의 아들을 잃고 불공을 드리다가, 도념을 보고 그를 수양아들로 삼고 싶어한다. 도념 역시 미망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업보를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도념을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도념은 미망인에게 목도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에, 덫을 놓아 토끼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법당의 불상 뒤에 숨겨놓는다. 그러나 주지스님이 발견하여, 도념에게 살생을 한 죄를 묻는다. 아들과 손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불공을 드리러 왔던 안대감집 시어머니도 이 사건에 크게 놀라 불공을 드린 것이 헛수고였다며 도념을 탓한다. 도념은 주지스님께 하직인사를 드리고 어디엔가 살고 있을 어머니를 찾아 절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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