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7년에 펴냈던 피천득 번역시집 『내가 사랑하는 시』의 개정증보판이다. 판형을 새롭게 꾸몄고 금아 선생의 서문과 두보의 시 한 편이 추가되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서문의 형식으로 발표되는 금아 선생의 생생한 육성이다. 금아 선생은 그 어떤 자리에서도 자신의 문학관이나 문학적 신념을 장황하게 밝힌 적이 없다. 그것은 드러내지 않는 은근한 겸양이 몸에 밴 때문인데, 이번 책에서는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문학관, 그리고 시에 대한 입장, 당신이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후학들이 경청해야 하는 값진 금언이 아닐 수 없는데 그 중 시인의 자세와 관련한 선생의 고언은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개정판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윌리엄 워즈워스, 바이런 등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들부터 루퍼트 브루크, 매튜 아놀드 같은 미국의 시인, 도연명과 두보로 대표되는 중국시인, 그리고 요사노 아키코, 와카야마 보쿠스이, 이시카와 타쿠보쿠 같은 일본 시인과 인도의 시성 타고르까지 세계의 명편들이 고루 망라되어 있다. 선생이 세계의 유수한 시인 중에서 이들을 특히 사랑하고 가린 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순수한 동심으로 서정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아 선생은 시인에게 있어 순수한 서정이야 말로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 시인은 금아 선생에게 있어 시적인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존재들이고 그래서 한없이 흠모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호는 금아(琴兒). 1910년 5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상하이(上海) 공보국 중학을 거쳐 1937년 호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했고, 8·15광복 직후인 1945년 경성제국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46~1974년까지 서울대학교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46년 서울대학교에서 영시(英詩) 강의 시작, 1954년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하버드대학교에서 1년간 영문학을 연구하였으며, 1966년 서울대 대학원 학생과장을 역임했다.
1930년 《신동아》에 「서정소곡(抒情小曲)」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32년 《동광》에 시 「소곡(小曲)」(1932), 수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1933) 등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대체로 투명한 서정으로 일관, 사상과 관념을 배제한 순수한 동심에 의해 시정(詩情)이 넘치는 생활을 노래하였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 『서정시집』(1947), 『금아시문선』(1960), 『산호와 진주』(1969), 『수필』(1976), 『생명』(1993), 『인연』(1996)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1996), 『내가 사랑하는 시』(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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