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오월 속에 있습니다”
피천득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말하는 그의 삶과 문학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_수필 <오월> 중에서
오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누구보다 5월을 사랑했고, 5월에 태어나 5월에 세상을 떠난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4년 5월 29일 피천득 선생 서거 7주기를 맞아 그를 그리워하는 후배 문인, 제자, 일반 독자들이 말하는 피천득 선생의 삶과 문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일반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피천득 선생의 <인연>, <수필>, <오월>, <나의 사랑하는 생활>, <엄마> 등의 수필과 시들은 대부분 1970년 이전에 쓰여진 것들이다. 60대였던 1970년대 중반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없을 때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선생의 인품을 무엇보다 잘 보여 주는 일화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여운이 남는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피천득 선생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글들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 준다. 한일합방이 되던 1910년에 태어나 한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피천득 선생의 전 생애와 더불어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老작가의 삶의 속살과 문학의 향기를 온전히 전해 준다.
사랑하고 떠난 이가 남긴 작은 인연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는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이 책에는 피천득 선생과 작은 인연을 맺었던 50여 명이 등장한다.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30년이 넘게 해마다 첫눈 오는 날 서로 알려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가 조정래는 “선생님을 뵐 수 있었던 것이 문인이 된 첫 번째 보람”이라 말했고, 이해인 수녀는 “좋은 글귀 한 줄, 나뭇잎 한 장, 조가비 하나도 선생님과 나누면 예술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소설가 박완서가 생전에 쓴 글에는 피천득 선생 댁에 초대받았을 때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외에도 각계각층 제자들의 추억담, 그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독자들의 사연이 아름답게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지근거리에서 그를 접한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 시절 남학생이 앞자리에 앉으면 일으켜 뒷자리로 보내고 여학생을 앞자리에 앉힌 이야기부터 딸 서영이가 유학을 간 후 국제전화료가 월급보다 더 나왔다는 일화, 누구보다 검박하게 사셨지만 그래도 작은 사치나 낭만을 사양하지 않으셨던 모습,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10대 청소년처럼 열렬히 응원했던 일 등 피천득 선생의 인간적인 매력들을 엿볼 수 있다.
소설가 최인호는 피천득 선생이 수필 <만년>에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정직하고 부끄러운 염치(廉恥)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피천득 선생의 글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한마디는 오늘을 사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피천득 선생의 삶과 문학을 다시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문과대학장 및 중앙도서관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전무이사,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서울세계대회 조직위원장, 한국영어영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탈근대인식론과 생태학적 상상력』, 『현대영미 비평론』 등이 있으며, 『세상 위의 세상들 - P. B.셸리의 시선』, 『해롤드 블룸 클래식』(공역, 전 6권) 등을 번역했다. 최근 『산호와 진주 - 금아 피천득의 문학세계』를 썼으며, 편저자로 『피천득 문학연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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